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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셋째날 ㅡ 북알프스 산행 4

by 하담1 2011. 9. 16.

 

 

일본여행 셋째날 ㅡ 북알프스 산행 4
 
15일만에 일광욕을 하였다는 산장직원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올라가봐야 할 야리가다께 정상입니다. 이곳에 해발고도 3180m로 북알프스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요코오산장에서 같은 방에 머물렀던 일본인 어른이 이곳의 정상에서 기도를 할 때 제물로 올리라고 주었던 작은 과자가 생각납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이지만 그분의 의사는 충분히 알수가 있었던 것은 진지한 마음으로 전하여 졌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산장에서 약 30분 정도면 올라 갈 수 있는 야리가다케 정상이지만 결코 만만히 올라 갈 수있는 곳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안전시설이 그렇게 잘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고 발밑으로는 그야말로 천길 낭떨어지기 때문에 오금이 절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담력이 있는 사람은 별문제 없기도 하겠지만 가슴이 작은 사람은 오르는 것이 힘들다는 것 보다 무서운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날 이곳을 올라가는 도중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길에서 가이드 한명을 대동한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을 스쳐서 올라왔습니다. 얼추 보기에 칠순은 넘었을 정도로 나이가 드신 분들로 워낙에 천천히 산을 올라 유심히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이번 산행이 이분들의 평생소원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발 한발 내딪는 발자욱이 마치 세월아 네월아 하는 모습으로 보여 이런 상태에서 올라가면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글쎄...이분들을 야리가다께 정상을 오르는 길에서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젊은 사람도 오금이 저릴듯한 아슬 아슬한 절벽을 내려오고 있는 광경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분명 우리보다 훨씬 늦게 올라 왔을 것인데 먼저 올라 왔다가 내려가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가이드의 자일을 몸에 묶고 조심 조심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산장까지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할 것 같은데 잠시도쉬지 않고 곧장 이곳을 올라 왔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는 일입니다. 칠십이 훨씬 넘어 보이는 4명의 할머니들....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그 방법은 알수없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면 구름속을 나왔다 들어갔다하는 북알프스의 끝없이 이어진 능선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엄함 그 자체입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아름답다...이런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그런 거대함입니다.
 
만약 비가 내리면 어떻하지.... 안개가 덮여 있으면.....멀리 일본까지 와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그 허망함을 어떻게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 오기전에 그렇게 내리던 비가 이곳에 도착하여서까지 계속이어지고, 급기야 산행을 시작하는 전날에도 비는 그칠것 같지 않던 날씨였었습니다.
 
그런데 산의 정상에 올라 온 날 기적같이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나타 났으니 그 기쁨이란 상상을 초월한것입니다. 더욱이 비가 그치고 하늘에 구름이 걷히면서 나타나는 뭉게구름은 그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인데 하물며 산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구름 싸움은 글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끝없이 몰려다니는 뭉게 구름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능선의 장관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그 어느곳의 모습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이것을 본 것만으로 내가 북알프스에 온 보람은 충분히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 이상을 원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입니다.
 
한시간 넘게 몰려다니는 구름을 구경하였고 정말 좋다는 말을 수없이 지껄였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가슴속에 담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되어서야 내려왔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충분히 그려 볼 수 있는 장관으로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라도 소리쳐 주고 싶은 심정이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