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 - 시기리야 록
인도의 눈물이라 불리는 스리랑카의 한가운데...열대밀림 안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장엄한 '바위요새' 시기리야 록(Sigiriya Rock)이다. 일명 사자바위로도 불린다. 가파른 바위 정상에 왕궁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4세기경 스리랑카를 다스리던 다투세나왕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출신이 비천한 후처의 소생인 맏아들 카샤파와 왕족 출신 왕비가 낳은 목갈라나...왕의 자리가 동생에게 넘어 갈까 고민하던 카샤피는 아버지를 감금하고 왕위를 찬탈했다. 동생은 형을 증오하며 인도로 망명하였고...아버지의 목숨마져 앗아버린 카샤피에게는 그 때부터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부친을 해한 호회와 동생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광기로 이어졌고 이 시기리야 깍아지른 바위산위에 궁전과 요새를 짓게 했다.
시기리야 록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와 유럽의 고풍스러운 정원을 지나 좁은 바위틈새로 들어서 터널 형태의 입구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드디어 바위로 오르는 미끄러운 계단길...계단을 지나 절벽 옆의 원통 철제계단을 돌아 오르니 먼저선 사람들의 탄성이 들린다.
바위면에 새겨진 프레스코화, 풍만하고 요염한 자태의 여인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그려져 있다. 카샤피 와 재임 이후 잊혀졌다가 영국의 식민지 시절 한 영국인의 망원경에 의해 1400년만에 잠에서 깨어난 미녀들이다. 가슴을 들러낸 여인은 상류계급...옷을 입고 있는 여인은 시녀들이다. 관광객은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엄격하게 통제를 하기 때문에 직접 그곳에 간 사람만이 볼 수 있다...다만 일반인은 관광상품으로 나온 카드에서나 볼 수 있다.
미녀 벽화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거울벽체를 볼 수 있다. 흙으로 만들어 놓은 난간의 표면을 얼마나 매끄럽게 다듬었는지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는 미러벽....관광객들의 손길이 닿지 못하게 금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오랜세월이 지나면서 거울의 역활을 못한다. 거울벽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사자의 테라스라 불리는 중간 마당이 나타난다. 그곳에 사자 발의 모양을 한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처음 요새를 세울 때는 입구가 사자의 머리 전체를 만들어 놓아 마치 목구멍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자의 목구멍을 통해 가파른 철계단을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올라가다보면 드디어 정상...바위산의 꼭대기는 넓고 평평했다. 각종 건물과 연회장, 수영장 등의 흔적이 남아 지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밀림을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카샤파왕이 앉아 무희들의 춤을 바라보았다는 화강암의 권좌가 세월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인도로 갔던 목갈라나 왕자는 마침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고 카샤파왕은 몇 차례의 싸움 끝에 무릅을 끓고 자결을 하였다고 한다...그 역사의 현장이 시기리야 요새이다.
2017년 12월 3일, 담불라에 숙소를 잡고 하루 일정으로 다녀온 시기리야 록....스리랑카 최고의 관광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거대한 바위산위에 만들어져 있는 왕궁이라는 독특함과 그 험한 지형에 왕궁을 세워야만 했던 사연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형적인 특이함과 역사가 여행객들에게 호기심을 갖게하고 그런 관심이 스리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역사의 현장으로서...
그냥 바위에 있는 왕궁유적이 아니라 왕궁이 세워지게 된 사연을 알고 방문을 한다면 마음속에 와 닿는 것이 있겠지만...그 사연을 모르고 오르면 그저 허물어져 흔적만이 남아 있는 왕궁터에 지나지 않을 곳이기도 합니다. 결국 시기리야는 역사를 보러가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던 곳입니다. 스리랑카에서는 꼭 봐야 할 유적이란 것...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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